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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100회 특집 연재 - 59 용사리의 겨울 이야기 - –시 같은 마을
  • 기사등록 2021-07-14 18: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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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리의 봄 113x73cm 한지에 수묵담채 2017 (한국문화연수원 소장)


서해안의 파란 하늘과 눈 쌓인 고향 설경이 눈 앞에 아른거리고 그리움을 참지 못해 다시 한 주를 지내고 고향으로 달려온 길에 눈이 수북이 밤새 내려앉았다. 차에 쌓여 있는 눈을

대충 치우고 시동을 켜고 출발하여 유정재를 넘자마자 좌측에 위치한 용사 마을에 수북이 눈이 내려 앉아있다. 대설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부안 일원에 온통 하얀 눈꽃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갑자기 '고은' 시인의 눈 내린 풍경을 담은 시 '눈길'이란 시가 떠올랐다.

이제 바라보노라지나간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라는 시구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누군가는 나름대로 이유를 들어 겨울을 추워서 싫어한다지만 나는 겨울을 참 좋아했다. 어릴 적부터 눈 쌓인 고목나무 설경으로 그리는 성탄 카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눈 내린 풍경들이 너무 좋아 주로 설경을 그리는 걸 참 좋아했다. 무엇보다도 내 몸에 열이 많아 추위의 칼날이 내 몸에 스치면 나는 그렇게 좋을 수 가 없었다. 또한 하얀 눈이 내리면서 온 세상이 하얗게 되면 내 마음도 하얗게 채색되어 가는게 좋았다. 고향 설경을 보고 싶은 마음도 그리움도 까맣게 태우며 강원도 영월, 정선의 풍경을 그리려고 영월 팔괴리 폐교를 얻어 작업하고 있을 때 객지에서의 타는 가슴 이루 말할 수

없는 그리움이었다.

용사리의 겨울이야기 85x6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

그때에도 함박눈을 보면 더욱 마음이 가라앉고 동심에 빠져들며 마음이 둥둥 떠다니던 충동을 느끼며 스케치에 몰두했었다. 강원도 영월에서 설경을 그리기 위해 눈밭을 헤매며

돌아다니다가 발자국 속에 빨간색이 물들어서 보니 운동화가 낫으로 비스듬히 잘라낸 옥수수대에 찍혀 발바닥에 상처가난 줄도 모르고 스케치에 열중했던 시절까지 아스라이 떠올

랐다. 그 후로 계속해서 영월 설경을 1993년도 첫 개인전을 했었다. 그 후 지금까지 설경을 즐겨 그리게 되었다.


계속해서 용사마을에 눈이 내리고 있다. 더욱 마음이 설렌다. 계속해서 내리는 눈은 비를 머금어서인지 더욱 아름답다. 곰소만을 하얗게 눈을 덮으며 내리는 눈의 소리는 무슨 소리일까?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이라 색은 없을까. 아니면 호분을 뿌리는 소리일까. 잡다한 생각이 스민다. 나보다 훨씬 큰 소나무 위에서 부드럽게 내리는 눈이 붓이 되어 날아오르는 아스라한 풍경을 그려야 할 듯하다.


등산화 속으로 물이 스며들었다. 승천한 용이 내려와 터 잡은 회룡의 전설이 담긴 마을에 눈꽃이 피었다. 용사마을은 옛날에 사창(社倉)과 용사동(龍社洞) 두 마을이 합쳐져 부른

마을이며 국도 23호선 지나는 마을이다. 용사(龍社)라는 지명은 용혈과 개구리 혈이 있어 용이 개구리를 삼키려는 혈로 먹고 살아가는데 부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형이라 하여 용사(龍社)라고 부르다가 1973년 농업 용수를 확보하고자 일본인들이 남포저수지를 만들면서 용혈과 개구리 혈이 물에 잠겨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저수지 앞쪽 밑에는 지석묘 6기가 있는데 길이가 3.2m 폭이 2.5m 높이가 0.5m의 거대한 지석묘가 있어 옛 선조들의 생활상을 짐작케 한다. 이곳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백성들에게 세금으로 조곡을 거둬들여 쌓아두는 창고가 있었다하여 사창(社倉)이라고 불렀다. 또 다른 지명으로 이곳을 제안포(濟安浦) 또는 무포란 지명으로 불린 마을이다.

'용사리의 겨울' 설경 작품은 하얀 화선지에 수묵을 주로 다루어 작업했다. 밖에 마실 나갈 때 여자분들이 맨얼굴에 빨간 루즈만 입술에 바르고 나가듯이 이번 작품 또한 아담한 집 벽에 황토빛으로 색을 절제하며 표현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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