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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기획 연재 - 03 김환기(1913-1974), 산울림
  • 기사등록 2021-08-19 16: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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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1913-1974), 산울림 19-II-73#307, 1973, 캔버스에 유채, 264x213cm. 

ⓒ ()환기재단·환기미술관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1964년 뉴욕에 정착 후 점, 선, 면 만으로 이루어진 추상 화면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던 중 김환기는 1968년 “선인가? 점인가? 선보다는 점이 개성적인 것 같다”, “날으는 점, 점들이 모여 형태를 상징하는 그런 것을 시도하다, 이런 걸 계속해 보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무렵부터 점만으로 이루어진 올오버(All-over) 구도의 점화 양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70년부터는 보다 본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점화들이 시도되었다.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1970)에서 볼 수 있듯이 1970년의 점화는 단색조의 점들을 화면 전면에 걸쳐 수평, 수직으로 채워나간 형태이다. 


 무명 캔버스에 아교질을 한 후 미리 풀어둔 물감으로 점을 찍고 그 점을 사각형의 선으로 둘러싸기를 반복한다. 색점들은 화면 전체에 걸쳐 반복되면서 리듬을 만들어내며 청색의 부드러운 농담과 번지는 효과는 무한히 확산되어가는 공간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1971년부터 수평 수직 구도는 동심원 구도로 발전되며 직선 구도가 교차되기도 하고 하얀 직선이 결합되어 공간이 보다 복잡하게 중첩되면서 미묘한 진동을 만들어내는 화면으로 발전한다. 

 

 1973년 작품인 ‹산울림 19-II-73#307›은 뉴욕시기 점화 양식의 완성 단계를 보여준다. 흰 사각형 안에는 동심원들이 세 방향으로 퍼져나가면서 울림을 만들어내며 흰색의 사각형 밖에서 대각선의 방향으로 별처럼 쏟아지는 점들과 대조를 이룬다. 


 채색 없이 캔버스 바탕을 그대로 남겨둔 흰색의 사각형은 내부와 외부의 공간이 중첩되면서 무한의 공간으로 깊이 확장되는 효과를 자아낸다. 흰 선에는 점이 찍히면서 번진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그 자체로도 미묘한 진동을 만들어낸다. 


 작은 점들의 파동이 광대한 우주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효과를 자아내는 듯한 점화를 통해 김환기는 미국의 색면 추상과 차별화되는 동양적, 시적 추상화의 세계를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환기의 일기에는 이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1973년 2월 19일 올해 처음 큰 캔바스 시작하다. 3월 11일, 근 20일 만에 307번을 끝내다. 이번 작품처럼 고된 적이 없다. 종일 안개비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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